•단순한 경관에서 풍경까지
강원도 홍천군에서 군 복무를 했을 적에 밤하늘의 색은 흑색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내 머릿속 밤하늘은 20년 넘게 자라온 수원에 뿌연 남색의 밤하늘이었다.
우리는 경치를 바라볼 때 그 경치의 관념적인 혹은 학습된 이미지를 겹쳐 보이곤 한다. 이러한 도식적인 사고로 사물과 풍경을 깊이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풍경이 가지는 아름다움의 본질은 인간이 존재함으로써 완성된다.바람과 볕을 뜻하는 풍경(風景)은 인간이 바라볼 때 그 뜻을 다르게 한다.
나는 이러한 풍경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수단으로 기억 왜곡과 편집을 이용한다. 머릿속 풍경의 잔상을 디지털 편집을 통해 재구성하고, 필름을 현상하듯 빠른 속도로 평면 위에 나타낸다.
수면에 비친 풍경을 그린 근래의 작품부터는 한쪽에 걸어 둔 완성된 작품 속 형상을 참고해서 그리는 방식을 추가하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거듭할수록 실질을 덜어냄으로써 이미지는 결국 추상적으로 변모되기도 한다.